아파트 베란다에서 토마토 키우기

2024. 4. 15. 11:25나의 일상/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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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방울 토마토 모종을 집에서 키운 적이 있다. 아이와 함께 열매를 맺을 때까지 키워 수확해보고 싶은 생각에 제법 공을 들였다. 우리 집 사람들은 흔한 화초도 길러본 적이 없는 식물 키우기 초보다. 그저 물 주고 햇볕만 잘 받게 해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키만 크고 꽃이 피지 않아 화분도 더 큰 것으로 갈아주고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도 세워 묶어 주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하얀 토마토 꽃이 피고 지더니 연두색의 열매를 맺었다. 토마토 줄기도 제법 굵어지고 가지도 풍성하니 방울 토마토가 한 바구니 정도는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 네 식구의 관심을 독차지 하던 토마토는 몇 개의 꽃을 피우더니 이내 다시 키만 크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쓰러지지 말라고 세워준 지지대가 높아 진만큼 키만 계속 컸다. 어느 순간 우리 가족의 관심은 열매에서 토마토의 키로 옮겨갔다. 아빠보다 더 크게 키우자! 천장에 닿을 때까지 키워보자! 

 우리는 토마토 2미터 만들기를 성공했다. 내키보다 10센치미터 이상 키웠으니 분명한 성공이었다. 후반에는 지지대로는 토마토를 세울 수 가 없어서 천장에 끈을 달아 묶어 주어 키웠다. 결국 목표를 달성한 토마토는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어 아파트 화단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저출산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열매를 얼마 못 맺고 키만 훌쩍 자라버린 토마토가 생각났다. 우리 사회에  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저출산 시대 맞게 된다는 흔한 기사였다. 육아에 들일 시간과 노력이 젊은이들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육아 지원 정책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저출산, 그리고 고령화. 이 단어를 읽으며 몇 년 전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자라던 토마토를 떠올렸다. 그 토마토도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화분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열매를 맺는 것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성장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여가와 취미에 몰두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휴식을 선택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보다는 자신의 생존이 중요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 

 토마토는 열매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가지를 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3 가지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라야 할 줄은 몰랐다. 화분 크기를 고려하면 그 정도는 했어야 했다. 하나의 화분 안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 했던 것이다. 화분의 토마토는 내가 마음대로 잘라서 경쟁을 줄여주면 열매를 맺을 수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어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정보가 세상을 통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양 또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서 이제 경쟁을 피해 느긋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적어도 현재 우리 나라 인구와 상황을 고려하면 그렇게 보인다. 저출산을 그냥 진실로 받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낳자고 강요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 일까? 

 

- 쉬는 날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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